내 주위엔 어린 아이들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여럿 있다. 그들 중에는 이곳 미국에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들이 한 분도 계시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맡기지 않는 것 같다. 서로 바쁜 것을 알기때문에 너무 짐이 되는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그다지 탐탁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도 4살짜리 남자아이가 하나 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나와 아내에게는 유별나게도(?) 우리 아이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허용(?)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앞 집에 살고 있는 미국인 이웃의 아이를 서너 시간정도 봐 준 적은 있었다. 우리 부부의 이런 유난때문에 둘 만의 시간과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곳에는 한국의 놀이방과 비슷한 리틀짐(Little Gym)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들은 이곳에 거의 2년째 다니고 있다. 일 주일에 한 번 약 한 시간정도의 프로그램인데, 아이는 이것을 통해서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는 방법 및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되었고, 영어도 어느 정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주에 우연히 아내가 리틀짐에 한 달에 한 번씩 운영되는 Parent Survival Night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살부터 열 두살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저녁 6시부터 9시 반까지 운영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딱히 누구에게 맡기기 어려운 부모들이 아이들을 이곳에 맡기고 적어도 저녁식사와 영화 한 편정도는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리틀짐 맴버들은 $25, 맴버쉽이 없는 사람들은 $35을 내야한다. 프로그램은 매 회 특별한 테마(theme)에 의해 이루어 진다. 그리기/만들기 시간도 있고 철봉, 평행봉, 매트 등이 깔려있는 실내에서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며, 중간엔 간식도 제공된다. 또한 만화영화를 보는 시간도 끼어있어서 아이들에게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수가 있다. 아이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마음 껏 뛰어 놀 수 있어서 좋고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지친 부모들도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이 된다.
아내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마자 바로 신청을 하였고, 바로 어제 - 이 프로그램은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열린다 - 아들을 맡기고 정말 오랫만에 영화를 보았다.
아쉽게도 이번 주에는 우리가 보고싶어 했던 영화들이 대부분 들어가긴 했지만, 영화관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선택한 영화는 윌 스미스 주연의 Hancock이었다. 그리 기대를 하지않고 봐서 그런지 웃기기도 하고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7시부터 시작한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니까 시간이 8시 45분 정도가 되었다. 아직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긴 했지만 부모의 마음은 역시 아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서로 눈빛으로 이 마음을 읽은 우리 부부는 바로 아이가 있는 리틀짐으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이들은 방 한쪽에 모두들 모여서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다. 아들 녀석은 자신이 그린 그림과 물 병에 여러 색깔의 구슬이 담긴 작품(?)을 보여주며 이것저것을 설명하였다. 이번 프로그램의 테마는 바다(Under the sea)라서 이러한 작품을 만든 듯 하였다.
서너 시간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아이가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며 오늘도 오르는 혈압을 주체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화풀이 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이용한 리틀짐 프로그램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앞 집 미국인 부부가 추천한 프로그램도 있긴 했지만 선뜻 시도를 하기가 꺼려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리틀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아이에게도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함없이 이용하게 되었고 아주 대만족!!
다음 달 프로그램은 8월 9일에 열리고 테마는 하와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부부 단 둘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고 흥이 난다.
삶의 기쁨은 정말 오랜만에 주어지는 이러한 작은 것에서도 얻어지는 것이다.
* 이 글은 이전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http://thefirstgood.com/?aid=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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